완당(혹은 추사)를 실은 배가 제주도와 가까워지는 동안 무엇보다 한라산 봉우리가 바다 끝에서 맨 먼저 다가왔을 것이다. 배타고 제주도 가본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 것이다. 초딩 6학년 때 가족들과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갔었는데 어느순간 갑자기 하늘 속에서 한라산이 보였었다. 그런데 그때부터가 정말 먼 시간이다. 금방 잡힐 것처럼 한라산 봉우리가 보이는데도 정작 제주도는 계속 멀기만 하다. 그러고 보면 잡힐 듯한 것은 늘 멀기 마련인 듯하다. 돈이 그렇고 권력이 그렇고 명예가 그렇고 사람이 그렇고. (때론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쓰인 말처럼 사물이 거울에 비친 것보다 가까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내가 어느새 이만큼 와있는 것처럼 언젠가 뒤돌아보면 저만치 가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