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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뼉소리

2011. 9. 16.
이어령은 『세계 지성과의 대화』의 후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후기의 제목은 "지성의 손뼉 소리"이다.) 

 두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울린다. 싸움의 경우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창조도 또한 그런 것이다. 독백은 아무리 재능을 지니고 있어도 침묵하는 언어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생각, 나의 소망, 나의 진실이 또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주쳤을 때 비로소 하나의 음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화다.
 개항 이후 백 년을 두고 우리는 서구 문화와 접촉해 왔지만 그것은 진정한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독백 문화의 수용이었다. 번역물을 통해서만 서구의 지성과 호흡했다. 회로가 한족으로만 열려 있었기에, 살아 있는 육체로, 음향으로 그 언어를 소유할 수 없었다.
 이 독백의 문화를 대화의 문화로 옮기기 위해, 《문학사상》에서는 직접 오늘을 대표하는 서구의 지성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기획을 마련했었다. 번역된 사상이 아니라, 그 현장 속에서 우리의 생각을 가지고 그들과 만나는 것이다. 문제의식을 우리 스스로가 끌어내어 한국의 지성을 그것과 잇는다.
 이러한 작업을 다시 정리하여 단행본으로 내놓는 의미도 서구의 지성과 한국의 지성을 교환하여 우리의 생과 그 시야를 넓히려는 시대적 요청을 위해서다.
 이것은 손뼉 소리다.
 두 손뼉이 마주쳐서 일어나는 지성의 생생한 울림인 것이다. [각주:1]

  1. 이어령, 『세계 지성과의 대화』(문학사상사, 2004), pp. 531-53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