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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written

인조잔디

by AKHWEE 2013. 1. 12.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이 학교에 생기기 시작한 시점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그 때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그렇다고 내가 인조잔디에서 운동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동네에 언남중인지 언남고인지 거기엔 인조잔디구장이 있어서 친구들과 거기서 축구도 해보았다. 인조잔디에서 운동을 할 때의 장점은 넘어져도 바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흙먼지가 안날려서 뛰어다닐 때 상쾌한 만족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맨땅에서 축구를 할 때보단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이 든다. 그것은 골대에 그물이 있는 농구대와 그물이 없는 농구대의 차이와 비슷하다면 이해하기 쉬울까? 그래서 축구화를 꼭 신어야만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조잔디 구장이 갖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그것은 바로 신나게 뛰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그 잔디 위에 누워보면 안다. 실제로 흙이 없어서 누워도 될 것 같고 눕고 싶게 생겼지만 쉬는 것은 서서 쉬거나 걸으면서 쉬어야만 한다. 누워선 안되는 이유는 관리자들이 잔디 사이에 몰래 뿌려놓은 갈아만든 폐타이어의 작은 조각들 때문인데, 한번 눕기만 하면 그것이 머리카락과 옷 신발 속까지 파고 들어와서 샤워를 하기 전 옷을 벗을 때 한 번, 머리를 감을 때 한번 후두두둑 떨어져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두 번에 걸쳐 떨어지니까 나도 두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날 축구를 조금 하다가 재미 없어서 친구들과 코트 한쪽에서 핸드스프링을 하고 놀았는데 넘어져도 안아파서 아플때까지 계속 했었던 즐거운 추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