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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written

셰퍼드

by AKHWEE 2013. 2. 2.

셰퍼트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개 중에 하나이다. 19세기 말 스테파니츠라는 퇴역군인이자 육종전문가를 중심으로 잡종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독일인들이 모여서, 양몰이 개들 간의 대대적이고 체계적인 품종개량으로써 탄생한 "잡종"이다. 셰퍼트는 흔히 군견으로 유명하지만, shepherd라는 그 이름 안에서 이미 sheep + herd, 즉 양몰이 개라고 묘사하고 있다. (참고로 독일어는 schaferhund인데 schafe + hund로써 양치는 개를 의미한다. 반면 schweinehund는 schwein과 hund로 돼지치는 개라는 뜻인 동시에 욕으로도 쓰인다고 하니 주의하도록하자) 사실 난 독일어를 전혀 못한다.

한편, german shepherd dog이라는 공식적인 영어 명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영국인들은 이 위대한 발명품(?)을 질투해서 alsatian wolfdog라고 부르기도 한다. 혹여나 저먼 셰퍼드 독이라고 표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괄호를 쳐서 alsatian을 써주는 위대한 디테일을 보여준다고 한다. 사실 난 개전문가가 아니다.

아무튼 이토록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잡종을 만들곤 했던 그들은 몇 세대가 지나자 자기가 진정한 아리안 민족이라고 폭력적으로 주장하는 순종주의에 빠지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2차에 걸친 큰 전쟁에서 군견으로는 셰퍼드를 썼다는 점에선 도대체 순종과 잡종에 대해 그들이 갖고 있던 솔직한 생각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사실 난 전쟁의 역사에도 전문가가 아니다.

육종가들이 순종을 선호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자연계에선 잡종이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순종이 귀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독일을 비롯한 여러 경우에 비추어 봤을 때 그 희소성은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욕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지적이고, 충성도, 적응력, 판단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우수한 잡종으로서의 셰퍼드는 또 하나의 순종으로 자리잡아감에 따라 새로운 위기를 겪고 있다. 셰퍼드는 고관절 이형성이라는 유전적 질환을 앓고 있다. (이 병은 셰퍼드만의 병은 아니다. 흔한 유전질환이라고 한다.) 이는 빠른 달리기를 위해 만들어놓은(?!) 짧고 굽은 뒷다리에서 발생한다. 셰퍼드가 서있는 사진을 보면 뒷다리가 뭔가 어설픈 것을 발견할 수 있다(병 때문은 아니고 원래 그렇게 생겼다). 이 병 때문에 셰퍼드는 나이가 먹으면 걷지 못하게 되거나 다리를 절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고 한다. 개도 늙으면 죽는다. 요즘 고양이 시체를 많이 치우는데, 신출귀몰한 도둑고양이가 어디서 어떻게 최후를 맞이하는지 궁금하다면 나에게 물어보라. 난 정말 궁금했었는데 요즘 그 궁금증이 좀 해소되었다. 2개월여 동안 고양이 3마리 정도를 땅에 묻어줬는데, 나중에 찾기 쉽게하려고 같은 자리에 묻었다. 면회오면 고양이 무덤을 보여줄 수도 있다. 또한 셰퍼드의 긴 털은 엄청 빠진다고 한다. 원래는 털 길이가 다양했는데 지금은 긴 털만 남았다고 한다. 그러한 셰퍼드는 민첩하고 신속하게 타겟을 수색하지만, 헨젤과 그레텔처럼 털을 바닥에 뿌려놓으며 뛰어갈지도 모른다. 1,2차 세계 대전 중 셰퍼드가 흘린 털들 때문에 독일군이 오히려 추적을 당했던 에피소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난 생물학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전혀 없다.

어쨌든 기본적으로 유전학에선 잡종강세heterosis현상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유전학적인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모두 돌연변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기본적으로 30여가지의 치명적인 돌연변이를 안고 태어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어떤 의미에서 이기적 유전자의 외로운 싸움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보인다. 사실 난 도킨스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말들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바이다.

어쩌면 현대가 전통이 되는 것처럼, 잡종이 순종이 되는 것도 시간 문제인듯하다. 또한 현대와 전통이 그러한 것처럼, 잡종은 순종의 대안일지도 모른다.

코카콜라북서울물류센터 옆에는 셰퍼드같이 큰 개를 파는 개집(?)이 있다. 뻥같겠지만 그 옆에는 보신탕집도 있다. (창문에 개삽니다라고 쓰여 있는데, 창고에 소방검사를 하러 갔다 오는 길에 그 두 가게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허허'라고 생각했다) 셰퍼드가 울타리가 쳐진 마당에 서 있었는데 한쪽에는 달마시안이 누워 있었다. 아무튼 그 셰퍼드를 보면서 뒷다리가 어정쩡해서 도대체 서있는 것인지 앉아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차는 달리고 있었고, 달리는 차는 셰퍼드가 서있는지 앉아 있는지 자세히 관찰하기에 너무 빨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창밖의 풍경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은 식당에 음식물 쓰레기가 너무 많이 쌓여서 버렸는데 너무 많아서 쓰레기통 뚜껑이 닫히지도 않았다. 그래서 사진을 몇 방 찍어 남겼다. 물론 나는 음식물 쓰레기 전문가가 아니고,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안경을 쓰다 벗으면 오른쪽 눈의 시력이 점점 떨어지는게 느껴져서 상당한 스트레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