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ords/written

볼라벤

by AKHWEE 2013. 2. 23.

간이 아픈 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자세한 생략은 설명한다) 현관에서 거실을 지나 환자가 있는 안방으로 갔다. 거실엔 네식구의 가족사진이 있었는데 의자에 앉거나 서거나해서 도레미파 같은 운동성을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거실 뒤로는 베란다가 있었는데 저번 볼라벤 때의 강풍에 대비해 X자로 박스테이프를 붙혔다 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안방에 가보니 간경화 환자분이 누워있었다. 병원이송을 거부했다. 가족사진 속의 그 분과 모습이 많이 달라서 기분이 이상했다. 중학생 쯤 되보이는 아들이 아빠가 의식이 오락가락해서 신고를 했었던건데 자꾸 이송을 거부하시니까 울었다. 왜 간경화에 걸리면 배는 나오고 몸은 마르며 자꾸 의식을 잃는 것일까를 생각하며 이송거부 확인을 받고(의식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 이송을 거부한다면 함부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없다) 나오면서 베란다의 유리창을 한 번 더 보고, 가족사진을 한 번 더 봤다.

작년 초여름에 대충 이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태풍이 온다는, 그리고 강풍의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뉴스를 보고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 가족사진 속의 아빠는 "태풍이 오고 있고, 강풍으로 유리창이 깨질지도 모르니 박스 테이프를 X자로 붙혀보자"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