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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s/from czezh, turkey

2010.12.24(금)

by AKHWEE 2011. 3. 8.






















 프라하 성을 찾아 갔습니다. 어제는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려 오늘로 미뤘던 일정이었습니다.
아침부터 계속해서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오늘도 많은 관광객이 몰렸습니다. 비가 온다는 것은 눈이 오는 날보다 덜 춥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관광객들의 사이에 섞여 성 비투스 성당에 공짜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성당이 주는 감동은 무료로 들어갈 때의 것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그 감동은 사진기로는 물론 전혀 담을 수 없었고, 오롯이 담아낼 그 어떠한 언어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실재와 그것의 재현에 대한 문제는 언제나 예술가들을 괴롭힙니다. 
당시의 건축가들이 이 아름다운 성당으로써 구현해내고 싶었던 것이 예수의 사랑이었을 것입니다. 
이 성당으로써 그 사랑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을까요?
오늘날의 관광객들은 저마다의 예술가가되어 나름의 매체들로 이 성당의 아름다움을 구현해내려고, 혹은 간직해가려 합니다. 
그들의 언어 역시 이 성당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낼 순 없을 것입니다.
언어나 사진 등의 매체를 통해, 그 다음 성당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구현해 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사실, 사실이란 그릇은 진실을 담아내기엔 작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거짓을 통해 진실을 담아내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백남준의 '예술은 고등사기다', 피카소의 '예술은 진실을 말하는 거짓이다'라는 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성당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벽돌 하나하나에, 그리고 스테인글라스 조각조각마다 신에게 다가가려는 장인들의 순수한 소망과 혼이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시대에 충실함으로써 그때의 감동을 그대로 현재까지 전달할 수 있는 위대한 유산은 말 그대로 시간을 초월한 살아있는 고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시대에 충실함으로써 오히려 시대를 초월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다는 것은 정말 멋지고 위대한 일인 것 같습니다. 

성 안에는 구 왕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일종의 광장같은 넓은 공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ㄷ자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는 이 곳은 광장이란 한 공간을 놓고 건물들이 껴안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밖에서 봤을 때에는 닫힌 공간이 되면서도 그 공간의 안에 있을 때엔 넓은 공간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이 넓은 공간에 발랄한 조형물을 설치해보는 상상을 했습니다. 과거와 현재는 어떻게 소통되는가?라는 질문과 답이 스쳐갑니다.

한국에도 광장이 많이 있습니다. 열린 광장이라고 하면서도 그 광장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는 대중들과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장소(혹은 공간)의 가치는 그것을 향유하는 주체들을 면밀히 고려해 디자인되어야 합니다. 미술을 시각예술이기 이전에 공간예술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때 공간과 작품 간의 관계를 볼 수 있게 되고, 나아가 당신은 관객이 아닌 미술품이 만들어 놓은 맥락적 공간 속에 놓인 주체로서 미술과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맥락을 환기시키거나 깸으로써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예술가가 사회(세상)와 작용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식사시간에 맞춰 성에서 나와 까를교를 건너 구시가지 광장에서 파는 길거리 요리를 먹어봤습니다. 100g당 32kc인 것을 1인분에 32kc이라고 착각해 바가지를 쓸 뻔 했습니다. 판매원도 약간 작정을하고 팔 기세여서 적절히 타협하여 320kc을 내고 그 만큼의 요리를 먹었습니다. 반 이상으로 가격을 줄이긴 했지만 상당한 지출이었습니다. 코른 kc은 체코의 화폐단위이며 1kc이 한국돈으로 65원정도 합니다.

우플라쿠 U Fleku라는 맥주집을 찾아 구 시가지를 돌아다녔습니다.
이곳은 1397년 첫 문을 연 아주 유서깊은 장소입니다 500년 이상 된 곳이라 저는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체코의 술을 만나보기 위해 용기를 내어 보았습니다. 길에서 만난 바슬라프라는 현지인이 그곳까지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영어 실력이 좋지않아 직접 우리를 그곳의 문앞까지 안내해주었습니다만 우리를 안내하는 동안 체코말로 휴대폰으로 상당히 오래 통화를 해서 윤수영이 다소 경계를 했습니다. 우 플라쿠의 앞까지 갔지만 닫혀있었습니다.
그러자 우 핀카수 U Pinkasu라는 다른 맥주집으로 안내했습니다. 그가 우리를 그곳까지 안내해준 이유는 그가 영어가 짧아 말로는 길을 표현할 수 없었다는 것과, 그가 매우 착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는 우리 앞에서 두잔정도 마시고 자판기에서 파는 프라하 기념주화를 선물해주고 사라졌습니다.
저는 맥주의 맛을 모르기 때문에 한국의 맥주와 체코의 그것을 예민하게 비교해낼 수 없었지만, 대충 제가 만난 체코의 맥주는 독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이 맥주는 필젠 Pilsen(필젠 지방에서 만드는 필스너라는 맥주입니다)이라고 불리며 프라하에서는 우 핀카수에서 최초로 판매를 했다고 합니다.
체코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맥주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1일 평균 소비량이 1리터에 가깝다니 제가 마시는 물보다 많은 맥주를 마시는 것같습니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더 많은 낙서와 벽화를 만났습니다. 과연 그래피티는 예술인가 공해인가? 
그 질문엔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라는 대답보단 차라리 이것이기도 하고 저것이기도 하다는 대답을 하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습니다. 
그래피티를 하는 태거들의 반달리즘적인 행동양식의 의의를 저는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태거들이 없다면 그 어느 누가 그 아름다운 그래피티를 해낼 수 있을까요? 
키스헤링이나 바스키아 등의 예술가들은 일찍이 그래피티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예술 세계로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이를 다시 말하자면, 한 집단의 삶이 예술 세계에 유입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삶이 예술 세계로 유입된 것을 오늘까지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예술에서는, 삶이 유입되어 세워진 예술들이 다시 우리들의 삶의 세계로 유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예술과 예술의 주체로서 인간이 소통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