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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s/from czezh, turkey

2010.12.26(일)

by AKHWEE 2011. 3. 15.



































프랑크프루트로가는 버스를 예약했습니다. 비행기 티켓을 샀는데 통장에서 돈이 빠지지 않아 불안합니다. 
함께 숙소를 쓰는 프리랜서 사진작가형과 함께 아침에 나왔습니다. 오늘은 프라하에 온 이래 처음으로 해가 뜬 맑은 날입니다. 사직작가 형은 사진을 찍다가 1시 40분에 까를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해가 뜬 것을 보고 형은 저 높이가 다 뜬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직업이 사진작가인지라 해(조명)에 관심이 많은 것같습니다. 모두 저마다의 눈으로 세상을 주목한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저마다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행과 대화는 그 지평들 간 소통의 기회를 줍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는 한 건축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건축가가 집을 그릴 때는 바닥의 기둥부터 그렸다고 신영복 선생님은 말씀하십니다. 삶은 경험으로서의 장이며 그 경험들은 그 개인들을 규정하는 것같습니다. 이 사진작가 형이 없었다면 프라하에서의 해는 날씨의 맑고 흐림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사진작가 형은 1년 중 총 3개월 정도를 여행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여름엔 프랑스의 르망과 파리, 겨울은 주로 동남아나 남미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해의 높이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으며 형과 헤어졌지만 11시쯤부터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해 약속시간에 까를교로 나갔을 때 형은 이미 추위에 쩔어서 움직이지도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문득 처음 출국했을 때의 비행이 생각납니다. 뒤척이다 창밖을 봣을 때 나의 눈높이에 달이 떠있었습니다. 달과 나란히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었습니다.

다시 형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와 우리는 재래시장을 찾아 걷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길을 잃었고 어느 부두에 도착했습니다.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이 강의 이름은 블타바 강입니다. 이 강의 주변은 대부분이 콘크리트나 벽돌로 조성되어 있지만 이 부두는 둔치처럼 강과 육지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곳은 각종 새들이 쉬기에 딱 좋은 장소였습니다. 갈매기와 오리, 백조(?)가 물과 육지를 오가며 한가로운 일요일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인간과 매우 친해 가까이 가도 전혀 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먹을 것을 가져오진 않았나 하는 호기심에 긴 목으로 나를 따라 시선을 옮기기도 했습니다. 어느 현지인 가족이 빵껍질을 가져와 빵을 뿌리며 백조의 목을 쓰다듬기도 했습니다. 용기가 부족했던 나는 백조와의 스킨쉽엔 실패했습니다.

다시 강의 상류쪽으로 걷다보니 눈에 덮힌 하얀 공원이 나왔고 그 옆으로 미술관이 하나 나왔습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캄파섬이었고 그 미술관은 캄파미술관이었습니다. 가격이 비싸 잠시 보류를 하고 약속장소로 갔습니다.

약속장소에서 형을 만나서 다른 숙소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족발집으로 갔습니다. 이 족발집은 500년이 넘은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족발을 요리하는 방법은 한국에서 하는 것과 비슷했지만 그 부위는 달랐습니다. 발보단 무릎에 가까웠습니다. 외국에서 만나는 외국인들도 반갑지만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은 더욱 반갑습니다. 아마 세계 곳곳에 차이나타운이나 한인마을이 생기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입니다. 게다가 여기서 만난 이들과의 만남은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에도 계속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면 이곳에서의 인연이 더욱 값지게 될 것입니다.

식사를 하고 까를교로 와서 그 유명하다는 재즈밴드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브릿지밴드라고 부르며 사람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삥 둘러 그들의 음악을 듣습니다. 아니, 듣는다기보단 즐깁니다. 어떤 이들은 박수를 치고 어떤이들은 심지어 춤을 춥니다. 음악은 보편적인 호소력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팝송을 접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무슨말인지도 모른체 가사를 따라 부르곤 했습니다. 미술하는 사람으로서 미술도 음악처럼 즐거운 매체가 되길 소망합니다.

체코는 공연문화가 유명합니다. 프라하 시내만해도 약 1천개 이상의 공연장이 있습니다. 각각은 마리오네트나 블랙라이트, 재즈, 클래식 등의 공연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공연을 보긴 사실 힘듭니다. 왜냐하면 그 공연자들이 주목하는 공연의 가치라던지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들은 보여주기보단 스스로가 그것으로 하여금 느끼는 즐거움에 더욱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프라하의 젊은이와 어른들이 공연문화 관련직종에 종사합니다. 핑계같아 들리기도 하지만 그 유명한 프라하성 근위병 교대식도 어설펐기 떄문에 더욱 공감이 됩니다. 물론 프라하 필 하모닉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라고 합니다. 
겨울에 여행하는 것은 관광객과 부딛히는 횟수가 여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 장소와 더욱 가깝게 접촉할 수 있다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