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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s/from czezh, turkey

2010.12.30(목)

by AKHWEE 2011. 3. 17.











한국에서는 친구들이 송년회를 하고 즐겁게 놀고 있답니다. 여행을 나온 만족함보다 거기에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큰 까닭은 내가 사람을 더 좋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황기하가 많이 취해있다고 합니다. 숙소사람들과 또 족발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리고선 비셰흐라드라는 성에 가서 경치를 보고 공동묘지를 들렸다가 나왔습니다. 체코의 역사적,문화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이 묻혀있다고 합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아우라는 흰눈처럼 쌓인 시간에 퇴적되어 더 이상 나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 것일까요? 한 학자가 수십권의 책을 남기거나 어느 예술가가 불후의 명작을 남기는 것이 반드시 그의 삶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무엇이 무한한 가치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삶은 유한한 까닭입니다.
비셰흐라드에서 내려와 테스코에 들려 장을 보고 숙소로 왔습니다. 오늘도 간단한 파티를 열 모양입니다. 숙소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데 ROTC 임관을 앞둔 두 분이 새로 합류했습니다. 
'여행 중'이라는 압축적인 시간의 속성 때문에, 혹은 그 만남의 일회성 때문에ㅡ그 가벼움 덕분에ㅡ 더 쉽게 솔직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외국인들과 같은 숙소를 쓴다면 어떤 경험을 하게될지 궁금합니다. 
한 숙소에 비교적 오래 머물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거쳐가는 기분이 듭니다. 정확히 언제 떠나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체 많은 인연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어쩐지 그것이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이러한 가벼운 만남과 헤어짐은 사실 안타깝기도 합니다. 기억 속에 박제가 되어버리고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재에 삶에서 살고 잇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과거를 소비합니다. 뒤를 보고 앞으로 걷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러다 결국 멈춰서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