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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s/from czezh, turkey

2011.01.02(일)

by AKHWEE 2011. 3. 17.

























날씨가 맑은 날 시내를 걷다보면 항상 멀리있는 방송타워를 볼 수 있습니다. 프라하하면 떠오르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매우 모던한 디자인의 건축물입니다. 홀로 높게 솓은 건물이라는 점은 공공설치 미술가에게 좋은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이 타워에는 아기 조형물이 붙어 있습니다. 아기는 무슨 일을 벌일 지 알 수 없는 존재입니다.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고, 그러다 자고, 그러다 깨기도 합니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패턴으로 행동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의 긴 인생에 비추어 볼 때도 그러합니다. 아기일 때 그의 인생의 잠재력의 스팩트럼은 가장 넓게 뻗어 있습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런 아기가 방송타워를 기어다니고 있습니다. 한 두명도 아니고 꽤 많은 수의 아기가 타워에 붙어 있습니다. 이 타워가 어떻게 될지, 사람들은 이 타워를 보며 그 불안정한 미래의 역동성을 발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긴장이 되고 때로는 기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미술은 깊이 들어가는 것도 재미가 있겠지만, 단순한 첫 인상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 만으로도 그것을 보는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셰익스피어라는 서점이 있습니다. 이곳은 작지만 좋은 분위기와 책의 향기가 납니다.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책은 보는 것 말고도 갖는다는 의미도 줍니다. 무엇이든 소유를 하게되면 자기만의 이야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숙소에 함께 머물렀던 ROTC형이 해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형의 교수님이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 선생님은 아파트를 하나 구했는데 그 곳에서는 가구등을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은 굉장한 호의를 베푸는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들과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도 물려주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 어쨋든 그 교수님이 본 집을 내주는 할아버지는 한국인 유학생에게 커다란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들과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도 물려주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쓰시던 가구와 침대를 남기고 갔습니다. 그것은 상당히 큰 호의였습니다. 왜냐하면 할머니와의 이야기들은 그대로 물려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이 침대는 우리 할멈이 쓰던거야"."우리할멈이 평생 여기서 자다가 죽었어" 등의 우리로선 섬뜩할 수도 있는 말들을 굉장히 배려심어린 투로 얘기했다고 합니다. 
빈티지라는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단순한 낡음이 아니라 그 것에는 이야기가 묻어있는 것입니다. 오래된 술이 비싼 이유는 뭘까요? 스토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포도주에게 빈티지를 주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와인을 몇년 재여뒀더니 맛이 좋았다는 것으로부터 다른 물건들에도 빈티지라는 가치를 부여하게 된 것인지 그 확실한 연유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싶어하고 혹은 이야기 자체를 소유하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때때로 궁합보다 이야기가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누구든지 사람 사이에서 추억이 쌓인다는 것은 즐겁게 받아들입니다.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는 나와 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20살 떄 바에서 일을 했었는데 어느 주말 너무 일이 복잡하고 바빠서 식사도 못하고 진땀을 빼던 때가 있었습니다. 밤 10시부터 새벽2시까지 전쟁같은 시간이 지나고 손님들이 많이 빠져나간 후 주방에서 인터폰을 걸어왔습니다. 이걸 먹고 힘내라는 것이었는데, 음식용 엘레베이터에서 온 것은 까르보나라 한 그릇이었습니다. 주방에 걸터앉아 피클이나 김치도 없이 정신없이 그 음식을 먹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먹어본 크림파스타 였는데 그 때의 그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르보나라와 나의 사이에는 이야기가 생긴 것입니다. 
서로 심하게 다툰 부부는 매일 티격대면서도 그 동안 같이 살아온 세월 때문에, 애 때문에 같이 산다고 궁시렁댑니다. 이들은 궁합보다 스토리가 앞선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이야기라 하는 것은 정이라고 바꿔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