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스를 다녀왔습니다. 성경에 있는 에베소서의 그 에베소가 바로 이 에페스입니다. 작은 로마도시유적이지만 우리가 머물고 있는 셀주크보단 큽니다. 그리고 당시의 인구를 상상하면 이곳이 상당히 번잡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은 관광객들과 고양이 만이 이곳을 지나답니다. 고양이들은 아마 이곳에 인간이 있을 때부터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것입니다. 관광객을 경계하지않고 자연스럽게 몸을 부비는 이들에게 그런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고양이들을 뒤에 남기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테리의 일행을 이곳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카파도키아의 투어에서 만났던 이들이었습니다. 테리와 그의 여자친구인 알렉스는 서로 동료 교수이고 같이 온 제자는 터키인이면서 캐나다에서 유학중인 대학원생입니다. 방학을 맞이하여 스승을 고향에 초대한 것입니다. 이러한 사제간의 관계가 부러웠습니다. 함께 에페스를 걷고 성모 마리아의 집에 갔다가 쉬린제라는 작은 마을에 들렸다 왔습니다. 특이하게 이들과는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확신 떄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마리아의 집은 어느 독일 수녀가 계시를 받고 쓴 소설을 추적해 발견한 곳이라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이 수녀는 독일 밖으로 나간적이 없다고 합니다. 종교가 없는 테리네 일행도 이 작은 공간에서 영적인 체험을 한 것 같습니다. 상당히 감동을 받은 눈치였고 가장 성스러운 장소였다고 말합니다. 마리아의 집에서 나오자 새소리가 들렸습니다. 모두 그 소리를 기쁨의 노래소리로 들었습니다. 터키인들은 오래된 옷을 찢어 소망을 쓴 종이를 묶어 말아놓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슬람 국가인 터키에서지만 기독교 성지에도 이러한 천조각들이 많이 발견되는 것을보면 이들은 상당히 개방적이고 관용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쉬린제라는 마을은 그리스인이 살던 마을이라고 합니다. 20세기 초의 터키-그리스간의 전쟁으로 국민을 교환했다고 합니다. 와인이 유명하고 직접손으로 짠 옷감들을 판매합니다. 장갑을 샀는데 장갑을 만든 할머니가 좋아하셨습니다. 이 할머니는 테리의 제자가 어릴 때 점을 봐준 적이 있는 할머니였습니다. 그녀는 테리의 제자에게 외국에서 공부를 할 것같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둘의 재회엔 묘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처음 셀추크에 도착했을 때부터 버스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우릴 반기는 터키인이 있습니다. 이름은 다니엘인데 너무 과하게 친절해서 호객꾼이 아닐까 의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식당을 추천받으러 그의 사무실에 들어가자 수많은 한국인이 남긴 방명록이 있었고, 다니엘이 어떤 사람인지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이스탄불의 일정이 잡히면 연락을 달라고 합니다. 아마 다니엘의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로 가게 될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