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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s/from czezh, turkey

2011.02.07(월)

by AKHWEE 2011. 3. 18.
















































매해타프를 만나서 루멜리 히사리(요새)를 다녀왔습니다. 버스를 계속 갈아타며 가야 하는데 메헤타프는 계속 길을 물으면서 갔습니다. 길치이기도 하고 방향감각도 없어서 터키말을 잘하는 관광객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버스를 잘못타서 루멜리 히사리 근처의 정류장에 내려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걸어가면서 멋진 그림자를 많이 봤습니다. 그림자는 빛과 반대되는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의 그림자는 여전히 따뜻하고 포근할 뿐이었습니다.
루멜리는 4개월만에 지어진 요새치고는 아주 견고하고 빈틈이 없어보였습니다. 이 곳이 지어졌을 당시에는 전투의 긴장감으로 살벌했을 것인데, 오늘날 우리에겐 그저 평화로운 산책로가 되어 있습니다. 난간하나 없이 가파른 성벽과 계단은 현기증을 유발할 정도였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적과 싸우다 밑으로 떨어졌을 것입니다. 
메흐타프가 직접 점심을 준비해 왔습니다. 또띠아 같은 것으로 치즈와 소세지를 감싸고 튀긴 것으로 향이 독특하고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메헤타프는 우릴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합니다. 교통비부터 식사까지 모든 것을 자꾸 부담하려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돈을 쓰면 매우 당황해합니다. 어떠한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단 그저 그러고 싶어서 그래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메헤테프가 더욱 예뻐보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배를타고 아시아지역으로 가서 요거트를 먹었습니다. 칸리자라는 지역인데 이곳은 요거트가 아주 유명하다고 합니다. 요거트를 먹고 오랜만에 돌무쉬라는 미니버스를 타고 석양을 보러 갔습니다. 우리가 온적이 있었던 곳이라고 했더니 메헤테프는 매우 당황해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습니다. 우리는 그녀를 달래고 결국 석양을 봤습니다. 뜨겁게 타던 태양은 노을을 내뿜을 틈도 없이 차가운 바다 밑으로 식어 사라져버렸습니다. 
메헤테프는 터키의 가정식 요리를 소개해주겠다며 앞장섰고 우리는 또 길을 헤메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알던 식당은 없어져 버렸고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있는 다른 식당에가서 식사를 한 후 기차역에가서 야경을 보고 페리(배)를 타고  유럽쪽으로 돌아왔습니다. 트램을 타고 정말 마지막 작별을 나눴는데 메헤테프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숙소에 돌아와 부르사라는 지역에 다녀올 계획을 짰습니다. 3일 후면 우리의 여정도 모두 끝이 납니다. 이곳의 모든 것들과의 기약없는 작별인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프라하에서의 인연들과의 몇몇 기억들은 벌써 희미해져 버렸습니다. 우리는 모두 헤어지길 싫어합니다. 다시 만난다는, 혹은 함께라는 환상 혹은 그 희망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