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곳에 배병우작가님이 오신다고 하여 옛날에 봤던 기사가 생각이 나서 링크를 건다.
검색해보니 여수엑스포와 관련해 여러 인터뷰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2010-08-18, 조선일보, [내 인생의 맛] `소나무` 사진가 배병우와 민어찜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8/18/2010081800337.html 기사원문
얼마 전에 유명하다는 민어찜 음식점에 갔는데 고춧가루하고 설탕, 온갖 양념을 잔뜩 뿌려서 주더라고. 요즘 사람들이 달고 짠 거에 익숙하니까 그 입맛에 맞춘 거겠지. 하지만 민어 맛은 그게 아냐. 양념? 레시피? 그런 거 필요 없어. 민어 맛을 살리려면 바닷물에 씻어서 말렸다가 그냥 찌면 돼. 그러면 거기서 맛의 본질이 나오지. 순수한 담백함이야. 이건 농어하고도 달라. 농어는 그냥 담백하기만 한데 민어는 풍미가 깃들어 있어. 그게 바로 맛이 주는 본질적인 경지지.
내가 소나무 한 그루를 사방팔방에서 돌아가며 찍고, 계절과 시간을 달리해서 찍는 것도 본질적인 것을 찾아내기 위한 거야. 사진은 렌즈로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고, 요리는 혀끝으로 맛의 본질을 잡아내지. 결국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건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
그리고 본질은 하나야. 하나를 추구하다 보면 경지에 이를 수 있어. 내가 인정받게 된 것도 수십년간 같은 주제를 찍으면서 이룩한 경지 때문이지. 음식도 마찬가지야. 정말 잘하는 집은 냉면이면 냉면, 삼계탕이면 삼계탕만 하지 않나. 본질에는 분칠이 필요 없어. 식재료만 좋으면 기교나 군더더기 없이도 본연의 맛이 나오는 거지. 생선구이에 무슨 기술이 필요하겠어. 시간 맞춰 구워서 소금 뿌리면 끝이지. 하지만 그 간단한 구이가 주는 맛의 경지란 얼마나 오묘한가.
나중에 고향에 내려가서 음식점을 하고 싶어. 건물도 내가 사서. 여수 재료를 여수 레시피로 요리해서 내놓는 거야. 가게는 열고 싶을 때만 열고. 불친절하다고? 그럼 날짜를 정해주면 되지. 맛있으면 와서 안 먹고 배기나. 맛있는 거 먹으면 행복하잖아. 나는 내가 만든 요리 먹어도 행복해. 만들면서 즐겁고 먹으면서 행복하고. 그것이 또한 인생의 본질이 아닐까.
검색해보니 여수엑스포와 관련해 여러 인터뷰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2010-08-18, 조선일보, [내 인생의 맛] `소나무` 사진가 배병우와 민어찜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8/18/2010081800337.html 기사원문
얼마 전에 유명하다는 민어찜 음식점에 갔는데 고춧가루하고 설탕, 온갖 양념을 잔뜩 뿌려서 주더라고. 요즘 사람들이 달고 짠 거에 익숙하니까 그 입맛에 맞춘 거겠지. 하지만 민어 맛은 그게 아냐. 양념? 레시피? 그런 거 필요 없어. 민어 맛을 살리려면 바닷물에 씻어서 말렸다가 그냥 찌면 돼. 그러면 거기서 맛의 본질이 나오지. 순수한 담백함이야. 이건 농어하고도 달라. 농어는 그냥 담백하기만 한데 민어는 풍미가 깃들어 있어. 그게 바로 맛이 주는 본질적인 경지지.
내가 소나무 한 그루를 사방팔방에서 돌아가며 찍고, 계절과 시간을 달리해서 찍는 것도 본질적인 것을 찾아내기 위한 거야. 사진은 렌즈로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고, 요리는 혀끝으로 맛의 본질을 잡아내지. 결국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건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
그리고 본질은 하나야. 하나를 추구하다 보면 경지에 이를 수 있어. 내가 인정받게 된 것도 수십년간 같은 주제를 찍으면서 이룩한 경지 때문이지. 음식도 마찬가지야. 정말 잘하는 집은 냉면이면 냉면, 삼계탕이면 삼계탕만 하지 않나. 본질에는 분칠이 필요 없어. 식재료만 좋으면 기교나 군더더기 없이도 본연의 맛이 나오는 거지. 생선구이에 무슨 기술이 필요하겠어. 시간 맞춰 구워서 소금 뿌리면 끝이지. 하지만 그 간단한 구이가 주는 맛의 경지란 얼마나 오묘한가.
나중에 고향에 내려가서 음식점을 하고 싶어. 건물도 내가 사서. 여수 재료를 여수 레시피로 요리해서 내놓는 거야. 가게는 열고 싶을 때만 열고. 불친절하다고? 그럼 날짜를 정해주면 되지. 맛있으면 와서 안 먹고 배기나. 맛있는 거 먹으면 행복하잖아. 나는 내가 만든 요리 먹어도 행복해. 만들면서 즐겁고 먹으면서 행복하고. 그것이 또한 인생의 본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