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때 홍성욱 교수님의 책을 보면서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당시 생각했던 '이런 사람'이 뭐냐면, 어느 분야의 전문가와도 즐겁고 생산적인 수준에서의 대화가 가능한 지적 수준을 가진 사람을 의미했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은 일이었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한 가장 위대한 일은 독서토론이었는데, 독서토론은 내가 결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줬다. 그런 사람이 되기보다 먼저 되야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어느 분야의 전문가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 먼저 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했다. 발제를 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내가 잘 알수록 더 쉬운 언어로 내가 아는 것들을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그런 사람'이 되는 욕심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그게 힘들거란 것 쯤은 진작부터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쉽게 설명하고 그들로부터 그것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꿈에선 깨어나고 싶지 않다. 나는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얘기하게 만들고 싶다. 그들을 예술가로 만들고 싶다. 오히려 전문가의 영역인 왜 사는지, 혹은 어떻게 사는지를 고민할 필요도 없게, 삶 자체가 도대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밝혀내는 데 앞장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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