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초의 영화로 알려진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이란 영화가 한 카페에서 상영되었을 당시, 그것을 관람하고 있던 관객들은 기차가 다가오자 도망쳤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무성영화에다가 색도 흑백 뿐인 영화인데 말이다.
2. 사실 '관람'이라고 하기엔.. 영화를 보여줬다기 보다 영상 기술을 선보였다고 하는게 맞을지도...참고로 그 영화 러닝타임이 50초이다. 근데 뭐 지금도 미술관가면 비디오작업 50초는 보나..?
3. 엄밀히 말하면 뤼미에르의 영화는 최초의 영화 기술의 발명을 의미하진 않는다. 최초의 영화 기술은 뤼미에르보다 조금 앞서 우리의 발명왕 에디슨이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실험실에서 만들었다. 뤼미에르는 영화는 일반에게 '유료'로 '상영'되었다는 측면에서 최초의 '영화'로 인정 받는다고 한다.
4. 정확이 언제까지 사람들이 영화 스크린 속 세계의 기차를 보고 도망쳤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화면 속 기차를 점잖게 앉아서 음미하는데 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DNA에도 스크린은 스크린일 뿐이라는 사실이 각인 됐을지도 모른다. 내 기억상 내 최초의 영화는 쥬라기공원인데 내가 그걸 보면서 무서웠던 이유는 공룡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와 날 잡아먹을 것 같아서가 아니었다. 그 연출이나 상황에 감정 이입이 되었을 뿐이다. (물론 어려서부터 TV를 보며 학습한 결과라고 말하지 못할 이유도 없겠지만.. 여전히 쥬라기 공원 이전에 '영상'을 본 '기억'은 없지만..)
5. 영화가 어떤 식으로든 세상을 모방하려 한다해도 이제 더이상은 문자 그대로의 '현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안다. (한편, 물론 문자 그대로, 영화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지는 순간은 영화를 볼 때마다 찾아 온다.)
6. 하지만 영화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사진의 경우는 어떤가? (적어도 이런 질문을 받기 전까진) 아직도 사진 속 대상을 현실 그 자체와 동일시하지 않나. 사진을 보고 데이트 상대를 고르거나, 배우자를 구하기도 한다. 물론 기차사진을 들이대면 도망간다는 얘긴 아니다. 현실과 같은 층위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얘기.
7. 다큐멘터리 영상은 어떠한가? 사진과 대등한 정도의 현실로서 받아들이지 않는가.
8. 사진에 대해서도 이젠 오롯히 받아들이지 않고, 뽀샵인지 아닌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9. 영화와 현실을 구분해낸 것처럼, 사진과 현실을 구분해내게 된다면..
우리는 대상과 이미지의 닮음을 찾기 위해 회화로 돌아갈까? 아니면 다른 매체를 찾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