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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writ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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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KHWEE 2014. 12. 31.

그런데 현실을 보자.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이 잘 나가는 인터넷 회사들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사용자보다 한 발 앞서서 판단하고 제공해주려고 노력하는 듯 하다. 이 인터넷 환경은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것보다, 내가 원할 지도 모르는 것들을 제시하는 쪽으로 발달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매우 잘 짜여진 프로그램이 내가 동의할만한 수준에서, 나의 질문을 대신 하고 그 답을 대신 내려주는 것은 생각-판단-결정의 과정에서의 비용절감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이를 또 하나의 '바보상자'로서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까? 특히 개발자들은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사용자들의 그런 선택으로써 행해진 결과들이 미치는 영향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실은 대량생산에 기반한 도시의 물질적 풍요를 지탱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제3세계의 노동력과 자연을 착취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가해지는 불편함과 부당함 때문이다. 무지함, 그것에 대한 감각이 없는 우리의 무비판적이 선택이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지만, 만약 특정 집단이 조작해낸 시스템으로 인해 우리의 무비판적인 선택이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유도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일일까? 개개인의 수준에선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나도 모른다는 점에선 전과 다르지 않을텐데 말이다. 다시 말해, 그것이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타인의 삶이 더 나아진다는 것은 명백하겠지만. 그런 삶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지 강요되어선 안되는 것이다. 그리고 몇몇 집단이 우리 모두를 책임지고 음지에서 분투하는 것은 불평등하다. 변해야 하는 것은 삶 자체이지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