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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written

과학 예술 통섭

by AKHWEE 2014. 3. 14.

아래 기사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쓰인, 과학의 발전을 위해선 예술적 상상력이 도입되어야 한다라는 내용의 글입니다. 어떤 말씀을 하시려는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고 그 의견에 동의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좀 있어서 나름 코멘트를 달자면...


본문에 나오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능력"이라 정의되는 '예술적 상상력'이 과학기술의 진보에 도움을 준다는 것엔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겠으나,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예술이 설명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더글라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SF 소설에서 ‘우리는 왜 존재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컴퓨터는 ‘42’라는 질문을 내놓는다. 이렇게 과학적 상상력으로 풀 수 없는 문제에 예술적 상상력은 도움이 된다."  - 은하수여행하는 히키하이커 보기


라는 예시를 보면서... 도대체 '이렇게'는 어떻게를 의미하는 것일까... 조금 억지스럽지 않나.. 정말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기는 한 걸까... 단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급조해낸 문장은 아닐까 갸우뚱하게 됩니다. 그리고 과연 '예술가'가 만든 '예술 작품'들이 과학에 어떤 기여를 하고(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인문학의 진영(?)에서 과학의 툴을 이용해 뭔가를 설명하려 했던 경우들의 역사는 '통섭'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이전 부터 등장할 것입니다. 사회진화론, 괴델적 모순, 엔트로피, 패러다임 등등.. 의 말로 개념들이 남용되는 사례들은, 제가 비록 그 비판의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진 못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엔트로피>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과학계가 가장 증오하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었지요.


이를 과학 진영(?)에서는 "인문학 위주의 과학 끌어안기"라는 식으로 비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와 같은 비판의 논리를 본문을 통해 교수님께서 주장하시는 과학과 예술 간의 '통섭' 작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작업들이 "과학 위주의 예술 끌어안기"가 되버린다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위험 역시 잠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본문에서의 얘기처럼 과연 과학자들에게 요구되는 '예술적 상상력'이란 것은 어디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걸까요?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예술 작품을 많이 보면 생기는 걸까요, 아님 예술가와의 대화를 나누다보면 깨달음의 순간이 오는 걸까요? 전 그것이 예술 감상이나 피상적인 접촉이 아닌, 직접 창작 행위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예술 창작자로서 개인이 사물, 대상, 현상에 반응하는 저마다의 방식들을 계발하고 개발하고 그것을 확인함으로써 말입니다. 


굳이 '통섭'이나 '융합'이란 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오히려 현장에 있는 '예술가'들의 상상력(?)를 위협하는 상상력의 사례들은 미술관 밖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주 쉽게는 인터넷을 떠도는 각종 짤들.. 조금 덜 쉽게는 이그노벨상 같은 곳에서, 그보다 좀 덜 쉽게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같은 책에서도 수 백 페이지를 할애하여 그것들을 나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미 예로부터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모든 삶의 영역에 영향을 주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물론 예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SF, 말그대로 공상과학이란 장르의 소설이나 영화 말고, 우리가 미술관이나 공연장 등에서 접하는 '예술'이다라고 할 수 있는 형태의 것들이 과학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기는 힘듭니다. 백남준이 비디오 신디사이저 등의 장치를 개발했던 것처럼, 예술적 성취를 위해 고안된 어떤 매체가 과학기술, 나아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사례들을 더 제시해주셨을 때 더 융합이란 개념이 어울릴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사 확인하기

http://refractiveindex.wordpress.com/2011/02/17/art-influencing-science/

http://www.isgtw.org/visualization/can-art-impact-science





참고로 언급되는 예술의 사례가 부실한 것 같아서 제가 아는 선에서 바로잡아 보자면...


1. 고전주의 미술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려 했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대상의 이상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닐까요? 이집트 미술의 영향을 받은 그리스 미술의 영향을 받은... 고전주의 미술은 기본적으로 정해진 전형적인 형식에 따라 제작된다는 원칙(비례, 상징, 교훈적 내용 등등)에서 그 이후의 자유분방한 미술보다 훨씬 정신성이 부여되어 있는, 말하자면 이념적인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그렇게 때문에 더 아름다울 수 있지 않았나 생각..). 멀리 갈 것 없이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에서의 인체 표현과 비교를 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아마 김상욱 선생님이 언급하신 '고전주의'는 르네상스 시대의 이후의 미술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2. 그리고, 큐비즘 미술이 혁명적인 전환인 것처럼 언급하셨는데, 피카소의 큐비즘은 세잔느의 다시점 회화의 연장선에 있을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혁명적인 시도'라는 기준에서 피카소를 판단한다면 큐비즘보단 콜라쥬라 불리는 기법의 도입을 더 적절한 사례로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atidx=0000074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