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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written

이선희, 베테랑, 계란

by AKHWEE 2014. 8. 22.

전북 전주의 한옥마을에 가면 <베테랑>이라는 분식집이 있다. 거기서 파는 칼국수 등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 칼국수는 성심여중여고의 교문(정문인지 후문인진 모름) 근처에 위치했는데, 그 때문에 소문듣고 관광객이나 외지인들 뿐만 아니라 교복을 입은 여중고딩들도 일상적으로 많이 찾는다. 또한 그 뿐만 아니라 그 교복을 입은 여중고딩들 만한 자녀가 있을 법한, 20여년 전 여중고딩이었던 사람들도 이젠 아줌마가 되어 자가용을 타고서 다시 찾아 온다.


나는 문득 밥에 계란과 케찹을 뿌려 먹으면서 고딩 때 먹었던 아침밥을 떠올린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내가 3~4학년 때 쯤 급식을 시작했었고, 내가 다니던 중학교도 2학년이 지나서야 급식을 시작했던 것 같다. 도시락과 급식의 전환기에 나는 학창시절을 보낸 것이다. 초딩시절 급식이 없던 토요일날 하교 후 집에 일찍 가면 엄마가 계란을 푼 우유에 식빵을 적셔서 토스트를 만들어 주셨었다. 나랑 동생은 거기에 설탕을 찍어 먹었다.


오늘 아침엔 이선희 30주년 콘서트 방송을 봤다. 관객들의 대부분이 많게는 30년 가까이 이선희를 지켜본 사람들 인 것 같았다. “신랑보다 써니가 좋다”는 피켓도 보인다. 대부분이 아줌마들이다. 야광봉을 흔들며 이선희와 같이 노래를 부른다.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파편화된 일상이나 정보들 간의 맥락을 지어주는 것과 같다. 나의 흩어진 삶들이 그것을 기억함으로써 맥락을 형성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내 삶은 어느부분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과거에 묻혀 살자는 얘기가 아니라 그걸 어떻게 지금 이 순간과 이어주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과거는 현재의 나를 과거의 나보다 늙은 존재로 만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끊임없이 과거를 들추거나 기억하려는 것은 늙고 싶어서 그러는게 당연히 아니지 않은가.


나는 먼 옛날에서 부터 이선희의 노래를 따라 불러왔을 그 아줌마들이 30주년 콘서트에서 이선희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며, 교복을 입던 시절부터 중고딩 아이의 엄마가 되고서도 쭉 베테랑 칼국수를 찾아 오고 있는 10대의 소녀들을 떠올리고, 이른 아침부터 내가 일어나는 동안에 밥에 계란과 케찹을 비비고 계셨던 엄마를 생각하며 후라이팬에 토스트를 굽고 계셨던 엄마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