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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3(목) 아침에 일어나 처음으로 외출을 했습니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로레타교회를 찾아갔습니다. 때마침 정각을 알리는 타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어떤 노래가 연주되는데 그 종소리는 사방이 눈뿐인 프라하의 아침에 따뜻함을 선사했습니다. 그 교회의 겉모습과 내부는 바깥 마을 풍경과는 대비적으로 상당히 화려했습니다. 이 교회가 세워질 당시 한국(조선)에서도 부자나 양반들이 사찰 건설에 많은 투자를 했었죠. 종교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기도 하지만, 때론 부정한 사람들이 죄를 씻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로티에 의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구원'을 받기 위해 종교라던지 철학이라던지 예술을 탐닉한다고 합니다. 재벌이나 기업가들이 예술품을 구매함으로써 정화나 세례를 받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 2011. 2. 26.
2010.12.22(수) 처음으로 국경을 넘었습니다. 에어로플로트라는 러시아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서 모스크바까지, 모스크바에서 프라하까지의 비행이었습니다. 인천에서 이륙을 한 순간부터 계속 어느 아이가 울었습니다. 모스크바까지 약 8시간이 소요되는데다가 타이어의 문제로 2시간 정도 이륙이 지연되었기 때문에 짜증이 날 법도 했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도 통제력을 잃고 당황해하실 정도였으니 주변사람들은 어땠을까요. 첫 해외 여행이기 전에 저에겐 첫 여행이었습니다. 여권발급부터 시작해서 이 여행과 관련된 모든 것이 처음이었죠. 물론 기내식도 처음이었습니다. 러시아 항공사의 서비스라 그런지 메인으로는 치킨/소고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고 버터와 빵, 샐러드도 함께 나왔습니다. 맛있었습니다. 비행이 익숙한 사람에겐 어땠을지 모르.. 2011. 2. 24.
들어가며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겐 저마다의 삶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는 점, 그 점은 우리 모두는 평범하다는 말로도 치환이 가능하겠습니다. 왜냐하면 특별한 것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유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여전히 평범한 사람이 특별하다거나 특별한 사람이 평범하단 것은 인정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특별한 유일함은 삶의 주체인 개개인에게 있어 무조건적인 보편성을 띄기도 합니다. 이말은 즉, 모두가 특별하기 때문에 모두는 평범하다는 것입니다. 특별함의 보편성, 보편적인 특별함. 이것을 우리의 평범한 삶에 숨겨진 위대한 역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곳으로부터 우리는, 우리네 삶의 매순간에서 빛이 나고 있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게되는 것이겠지요. 2011. 2. 23.
<뿌리에게> 나희덕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먼 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나를 뚫고 오르렴 눈부셔 잘 부스러지는 살이니 내 밝은 피에 즐겁게 발 적시며 뻗어가려무나 척추를 휘어접고 더 넓게 뻗으면 그때마다 나는 착한 그릇이 되어 너를 감싸고 불꽃 같은 바람이 가슴을 두드려 세워도 네 뻗어가는 끝을 하냥 축복하는 나는 어리석고도 은밀한 기쁨을 가졌어라 네가 타고 내려올수록 단단해지는 나의 살을 보아라 이제 거무스레 늙었으니 슬픔만 한 두릅 꿰어 있는 껍데기의 마지막 잔을 마셔다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내 가슴에 끓어오르던 .. 2011. 2. 17.